폴린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목차

현대 판타지 · 2화 / 5화 · 약 5분

2화. 잔해의 궤적

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01

제1장: 궤적의 굴절

붉은 안광이 어둠을 찢어발기며 쇄도했다.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오른 형체는 척추를 따라 돋아난 가시 돋친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무너진 배전반의 철판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조난자들의 머리 위로 낙석 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으아악!"

역사 직원의 비명이 터진 순간, 도진은 망설임 없이 바닥을 박찼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F급 판정을 받은 그의 육체는 마물의 강철 같은 외피를 뚫을 화력도, 단단한 방패도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에는 마물이 박차고 날아오른 찰나의 공기 흐름,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의 낙하 마찰흔이 청록색 궤적으로 생생히 불타고 있었다.

도진은 뻗은 팔을 거두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공간의 잔류 장력이 손끝을 타고 전율했다. 방금 전 뜯겨 나간 승강장 천장의 뒤틀린 응력을 낚아채듯, 그는 손목을 비틀며 허공의 결을 강제로 꺾어 올렸다.

콰아앙!

수직으로 떨어지던 수백 킬로그램의 낙석들이 궤도를 이탈했다. 허공에 쳐진 보이지 않는 잔류 막에 튕겨 나간 거대한 파편들이 쇄도하던 마물의 옆구리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마물은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굉음과 함께 선로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진은 몸을 날려 에어포켓 틈새로 손을 찔러 넣었다. 다리를 다쳐 잔해 사이에 끼어 있던 중년 남성의 허리춤을 단단히 움켜쥐며 단숨에 잔류 장력을 끌어당겼다. 흙먼지와 부서진 볼트가 튀는 사이로 남성의 몸이 틈새에서 쏙 빠져나왔다.

"다들 엎드려요! 제 뒤로 붙으십시오!"

도진은 남성을 뒤편의 안전한 모퉁이로 밀어 넣으며 즉각 지지대로 쓰던 파편들의 궤적을 넓혔다. 튕겨 나갔던 마물이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몸을 일으켰지만, 붕괴된 터널 천장의 잔류 마찰면이 도진의 손짓에 반응해 2차 낙석을 선로 쪽으로 쏟아부었다. 쿵쾅거리는 소음과 함께 선로 쪽 통로가 거대한 돌무더기로 차단되며 마물의 돌진로가 일시적으로 봉쇄되었다.

02

제2장: 통신선 너머의 시선

자욱한 분진 속에서 조난자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고요를 갈랐다. 네 명 모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지만, 도진이 즉각 궤적을 틀어 튕겨낸 덕에 치명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붕괴 상판의 낙하를 막아 세우고 있던 잔류 매듭이 서서히 희미해져 가자 도진은 숨을 몰아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손가락 끝마디가 마력 반동으로 저릿하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치이익, 치익.

그때, 도진의 잿빛 방진 점퍼 깃에 매달려 있던 낡은 무전기에서 거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지하 3층의 마나 침식으로 인해 진작 먹통이 되었어야 할 주파수였다.

"……강도진 씨! 들립니까? 서하은입니다! 즉각 응답하세요!"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상 통제선에서 그를 냉정하게 가로막았던 현장 관리인 서하은이었다.

"강도진입니다. 조난자 넷 모두 확보했습니다. 부상자가 있으나 보행은 가능한 상태입니다."

잠시 무전 너머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멎었다. 탐지반의 공식 판정으로 생체 반응 제로를 선언하고 발파를 준비하던 지상 본부의 혼란이 잡음 틈새로 고스란히 묻어났다. 서하은의 떨리는 음성이 이어졌다.

"……정말, 살아 있는 겁니까? 공간 잔류 신호라는 게 진짜였단 말이에요?"

"거짓말할 여유 없습니다. 하지만 붕괴가 진행되면서 진입로 계단이 완전히 메워졌습니다. 선로 쪽에서 마물이 튀어나와 임시로 잔해를 무너뜨려 막아둔 상태입니다. 다른 탈출로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비상 환기구 도면을 해킹해 경로를 대조하고 있습니다. 배전실 뒤쪽으로 연결되는 노후 점검로가 있어요. 도진 씨, 당신 능력…… 단순한 보조계 찌꺼기가 아니군요. 제가 위에서 구조 루트의 물리적 하중을 계산해 백업하겠습니다. 절대 무전 끄지 마세요."

원칙과 매뉴얼만을 읊조리던 서하은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장비조차 없이 붕괴 현장의 생존자를 정확히 찾아낸 도진의 공간 적응력을 인정하고, 본부의 철수 명령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지상 백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03

제3장: 공동을 갉아먹는 그림자

서하은이 단말기를 두드리며 불러주는 좌표를 따라 도진은 조난자들을 인솔했다. 역사 직원이 다리를 저는 중년 남성을 부축했고, 청년이 뒤편의 낙석을 살피며 뒤를 따랐다. 배전실 뒤편의 노후 점검로는 수십 년 전 폐쇄된 탓에 마나 분진이 두텁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붕괴의 직접적인 충격을 피한 덕에 아직 천장이 버텨주고 있었다.

도진은 앞장서 걸으며 허공에 손을 뻗어 잔류 파동을 짚어나갔다. 그런데 통로 깊숙한 곳으로 들어설수록 손끝에 닿는 감각이 기괴했다.

우웅, 우우웅.

벽체 너머에서 아주 미약하지만 규칙적인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지반 침하의 떨림이 아니었다. 거대한 심장이 박동하듯, 지하 공동 전체를 공명시키는 불길한 파동이었다. 천장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흘러내리는 콘크리트 가루가 그 진동 주기에 맞춰 허공에서 춤을 추듯 흩날렸다.

'던전 핵의 박동인가? 아니, 이건 구조 자체가 뒤틀리고 있어.'

도진이 걸음을 멈추고 감각망을 선로 저편으로 넓힌 순간, 서늘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훑고 지나갔다.

선로를 메워두었던 잔해 더미 너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안광이 일제히 점등하듯 켜졌다. 아까 도진이 튕겨낸 낙석에 깔렸던 포식형 마물 하나가 아니었다. 무너진 암반과 철근을 이빨로 갉아먹으며 터널의 형체 자체를 무너뜨리는 기형적인 변종 괴수 무리였다.

서걱, 서거걱.

괴수들이 콘크리트 기둥을 갉아내자 지하 3층 전체의 하중 밸런스가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점검로의 벽면이 우지끈 비명을 지르며 갈라졌다. 단순한 사냥이 아니라, 이 지하 공간 자체를 집어삼키려는 듯한 변종들의 기괴한 움직임이 도진의 감지선 위에 거대한 먹구름처럼 번져나갔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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