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목차

현대 판타지 · 3화 / 5화 · 약 6분

3화. 붕괴의 함정

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01

제1장: 진동의 회랑

서걱거리는 불쾌한 파열음이 폐쇄된 점검로 천장을 뒤흔들었다. 벽면의 시멘트 균열 사이로 잿빛 침식액이 흘러내리며 매캐한 증기를 뿜어냈다. 도진의 시야 속에서 점멸하던 청록색 감각망 위로 시뻘건 궤적들이 거미줄처럼 번져 나갔다. 선로를 메운 잔해 너머에서 기어나온 변종 괴수 무리는 단순한 짐승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무너진 H빔과 콘크리트 슬래브를 턱으로 짓씹으며 터널의 물리적 지지력을 강제로 무너뜨리고 있었다. 천장이 3센티미터 가량 내려앉는 순간, 부축받던 중년 남성이 다리를 헛디디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으윽! 저, 저놈들이 쫓아옵니다! 이미 구조대는 우릴 버렸는데…… 여기서 다 죽는 겁니까?"

청년 조난자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벽을 등진 채 덜덜 떨었다. 지난 수 시간 동안 지진 같은 충격과 유독가스에 갇혀 완전히 꺾여버린 절망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버려진 게 아닙니다. 제 발로 걸어서 나갈 수 있습니다."

도진은 남성의 어깨를 단단히 짚어 일으켜 세우며 낮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그 서늘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눈빛에 중년 남성은 턱을 떨면서도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치이익, 치익.

"강도진 씨! 들립니까? 지금 점검로 전방 40미터 지점 천장의 내력벽 하중이 한계치입니다! 괴수들이 지지 기둥을 갉아먹어서 뒤편 터널이 통째로 쏟아질 판이에요!"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서하은의 목소리는 급박했다. 본부 몰래 단말기를 두드리며 실시간 구조 해석 데이터를 전송하는 그녀의 타자음이 잡음 섞인 주파수 사이로 선명히 박혔다.

"하은 씨, 그 내력벽 뒤틀림의 잔류 응력 좌표를 불러줘요. 이쪽에서 받겠습니다."

"좌표 3-B 구역, 중심 하중축 15도 편차! 하지만 거기서 천장이 무너지면 당신들까지 매몰됩니다! 피해야 해요!"

"피하지 않습니다. 저놈들을 묻어버릴 겁니다."

도진은 방진 점퍼 깃을 여미며 조난자들을 벽면 오목한 점검 피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역사 직원이 떨리는 손으로 남은 이들을 감싸 안았다. 도진은 홀로 좁은 통로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 허공에 양손을 펼쳤다. 터널을 메운 짙은 마나 분진과 붕괴 직전의 파쇄 파편들이 그의 손끝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02

제2장: 잔류 압축탄

어둠 속에서 변종 마수 세 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튀어나왔다. 철근을 씹어 삼켜 굳어진 기형적인 골격과 흉측하게 튀어나온 이빨이 점검로 벽면을 긁으며 도진을 향해 쇄도했다. 한 놈이 도진의 목덜미를 노리고 허공으로 도약한 찰나, 도진의 손가락마디가 날카롭게 꺾였다.

그의 눈동자에 맺힌 것은 허공에 떠도는 수만 개의 파편 찌꺼기와 괴수들이 내달리며 찢어발긴 공기의 잔류 마찰흔이었다. 도진은 흩어져 있던 마나 잔류물들을 끌어모아 주먹만 한 허공의 구 안에 강제로 압축했다.

우웅, 파지지직!

협회가 쓸모없는 폐기물 취급했던 마나 잔류물 조작이었다. 그러나 붕괴 직전의 밀폐 공간에서 극도로 응축된 잔류 압력은 화약보다 치명적인 탄환이 되었다. 도진은 압축된 공간 구체를 향해 손목의 잔류 장력을 튕겨냈다.

콰아아앙!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파편들이 초음속의 산탄처럼 뿜어져 나갔다. 허공으로 도약했던 변종 괴수의 미간에 정확히 박혀 들어간 잔류 파편탄이 괴수의 두개골을 단숨에 관통했다. 검붉은 체액이 사방으로 튀며 괴수가 바닥을 뒹굴었다.

"크르륵!"

뒤따르던 두 마리가 동료의 죽음에 주춤하며 벽을 타고 우회하려 했다. 하지만 도진은 이미 서하은이 일러준 좌표 3-B의 잔류 응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천장을 겨우 지탱하고 있던 철골의 휨 응력, 그 한계점에 도달한 마찰선에 도진의 손끝이 닿았다.

도진이 비틀어 쥔 허공을 가볍게 내리쳤다. 툭, 하는 실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균형을 잃은 내력벽의 잔여 파쇄암 수 톤이 쏟아져 내렸다.

쿵! 쿠구구궁!

정확히 괴수들의 퇴로와 돌진로 위로 낙석 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벽을 기어오르던 변종 괴수 무리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거대한 암반 아래 깔려 짓이겨졌다. 먼지 구름이 걷히며 통로 뒤편이 완전히 봉쇄되었고, 쫓아오던 나머지 괴수들의 접근로 역시 원천 차단되었다.

"상황 종료. 후방 통로 매몰 완료했습니다. 조난자 피해 없습니다."

도진이 점퍼에 묻은 돌가루를 털어내며 무전기에 보고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서하은의 길게 내쉬는 안도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효율이네요. 도진 씨, 방금 그 하중 붕괴 유도는 전문가 수준이었어요. 바로 앞 점검로 문을 열면 옛 비상 집결실이 나옵니다. 서두르세요."

03

제3장: 묻혀 있던 목소리

녹슨 철문을 비틀어 열자 매캐한 분진 너머로 희미한 비상등 불빛이 새어 나왔다. 도진의 잔류 감각망에 얇은 호흡의 파동 서너 개가 새롭게 걸려들었다. 뒤편 피트에 숨어 있던 네 명의 조난자들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인부 세 명이 기겁하며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오, 오지 마! 괴물 놈들……!"

"진정하세요. 구조하러 왔습니다."

도진이 가슴팍의 방진 점퍼를 젖혀 각성자 인식표를 보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뒤따라 들어온 역사 직원이 익숙한 작업자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울컥 목소리를 높였다.

"반장님! 저예요, 3번 승강장 관리팀 박 주임입니다! 이분이 우릴 구해주셨어요! 살았습니다, 우리!"

철근 쇠파이프를 쥐고 있던 중년 작업반장의 손에서 힘이 풀리며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무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인부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지상에서 발파 준비를 한다는 경보 사이렌을 무전으로 듣고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여겼던 이들이었다.

"정말…… 정말 사람이 온 겁니까? 구조대가 다 철수했다고 방송이 나왔는데……."

작업반장이 흙먼지로 범벅된 도진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거친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온기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그들을 안심시켰다.

"지상 통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모두 무사히 나갈 수 있으니 제 말을 따라주십시오."

절망에 짓눌려 초점 없이 흔들리던 생존자들의 눈동자에 비로소 삶을 향한 강한 의지가 깃들기 시작했다. 다리를 다쳤던 남성도, 공포에 떨던 청년도 이제는 도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절대적인 신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였다.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있던 젊은 인부 하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도진의 옷자락을 다급하게 낚아챘다.

"저기요, 선생님! 각성자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십시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고 나기 직전에, 시설 점검 때문에 지하 4층 배전실로 내려간 유지보수팀이 더 있습니다!"

도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인부의 떨리는 목소리가 좁은 대피실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

"견학 왔던 직원 딸아이까지…… 어린아이 하나를 포함해서 최소 세 명이 아직 그 밑에 갇혀 있다고요! 배전실 차단문이 잠겨서 못 나오고 있습니다!"

우우우웅.

인부의 절규와 맞물리듯, 바닥 깊은 곳에서 아까보다 한층 더 묵직하고 서늘한 던전 핵의 공명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더 깊은 지하는 이미 붕괴 심도가 극에 달한 사지였다. 도진의 시선이 바닥 아래 칠흑 같은 어둠을 향해 조용히 가라앉았다.

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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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 관계, 전개를 정하면 폴린이 그 방향으로 다음 회를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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