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목차

현대 판타지 · 4화 / 5화 · 약 5분

4화. 심도의 경계

잔류 조작의 재난 구조선

01

제1장: 심도로의 발걸음

비상 집결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흙먼지로 범벅된 작업반장의 떨리는 손을 놓은 도진은 망설임 없이 작업복 재킷을 고쳐 맸다. 이미 확보한 조난자는 승강장 에어포켓의 4명과 이곳의 인부 3명을 더해 모두 일곱 명이었다. 더 이상의 지체는 위층의 생존자들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으나, 도진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서려 있지 않았다.

"반장님, 박 주임님과 함께 조난자들을 인솔해 이 비상 집결실 안쪽 격벽 뒤에 대기하십시오. 제가 퇴로를 다시 열 때까지 절대 문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하, 하지만 각성자 양반…… 지하 4층은 이미 폐쇄 구역입니다! 배전실 쪽은 누설 마나 농도가 짙어서 정규 헌터들도 기피하는 곳이에요! 게다가 아이까지 딸린 팀인데, 지금 내려가는 건……."

"숨이 붙어 있다면 꺼내옵니다. 버려둘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이 통제선을 넘지도 않았습니다."

도진의 서늘하면서도 묵직한 단언에 작업반장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도진은 집결실 바닥을 딛고 서서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꺼풀이 내려앉았다가 번쩍 뜨이는 찰나, 시야 전체가 짙은 청록색의 공간 잔류망으로 뒤덮였다.

도진이 망설임 없이 더 깊은 붕괴 심도로 발을 들이며 확장된 감지 반경을 전개했다. F급 보조 각성자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그의 의식이 뻗어 나가는 감각의 실타래는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지하 4층의 암반층까지 거침없이 침투했다. 부서진 전선관과 뒤틀린 환기 덕트를 따라 내려앉은 사람들의 거친 마찰흔, 그리고 희미하게 떨리는 세 개의 얕은 잔류 파동이 암흑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떠올랐다.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유독 옅고 가느다란 호흡 궤적이 붕괴된 방화벽 틈새에 위태롭게 엉켜 있었다. 도진은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어깨 견착구에 단단히 고정했다. 점검로 바닥의 틈을 벌려 지하 4층으로 이어지는 수직 설비 사다리를 향해 그는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02

제2장: 관제탑의 방패

"현장 관리관 서하은! 지금 당장 비상 진입로 차단 레버에서 손 떼!"

지상 통제 본부 막사 안, 탐지반장의 고함이 모니터 화면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붉게 점멸하는 경보 패널 앞을 서하은이 자신의 온몸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단정한 기동 제복에 튄 흙탕물조차 털어내지 못한 채, 그녀는 굳건한 눈빛으로 지휘부를 노려보았다.

"지하 4층 배전실에 아직 생존자가 있습니다! 아이를 포함한 세 명의 신호가 확인됐어요! 지금 3층 통로를 기폭시켜 함몰시키면 그 사람들은 생매장당합니다!"

"그건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야! 지하 3층 전 구역의 생체 반응은 이미 소멸 판정이 났어! F급 등록자 하나가 멋대로 굴러떨어진 걸 두고 구조 작전이라 부를 순 없다! 본부 명령대로 진입로를 폭파해 2차 마나 역류를 차단해야 해! 비켜라, 서하은!"

경비 요원 둘이 곤봉을 쥔 채 다가왔지만 하은은 허리춤의 잠금 카드를 움켜쥐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도진이 무전 너머로 전해온 침착하고 정확한 하중 데이터와 조난자 7명의 확보 보고가 생생히 박혀 있었다. 본부의 매뉴얼은 현장의 목숨을 숫자로만 재단하고 있었지만, 저 깊은 지하에서 홀로 싸우는 강도진의 발걸음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하은은 본부의 규정보다 현장의 생명을 살리려는 도진의 신념을 완전히 신뢰하며 방패막이가 되었다. 그녀는 메인 콘솔의 강제 차단 스위치를 등 뒤로 감춘 채, 재빠른 손놀림으로 단말기 화면을 두들겨 도진의 개인 주파수를 전력 증폭 모드로 전환했다.

"절대 못 비킵니다. 구조자가 현장에서 생존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물러서는 순간 당신들이 저지르는 건 예방 조치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10분…… 딱 10분만 시간을 벌겠습니다!"

하은은 턱을 치켜들며 지휘관의 서슬 퍼런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뒤편의 무전 송신 버튼을 눌러 낮고 단호하게 읊조렸다.

"강도진 씨, 들립니까? 지상은 제가 어떻게든 막고 있겠습니다. 뒤는 돌아보지 말고…… 반드시 전원 구해서 올라오세요."

03

제3장: 일그러지는 공기

"서하은 씨, 수신 양호합니다.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수직 점검구를 미끄러져 내려온 도진은 덜컹거리는 철제 발판을 박차며 지하 4층 복도로 착지했다. 사방은 이미 칠흑 같은 암흑과 매캐한 유황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 배관이 찢겨 나가며 고압 증기가 치이익 뿜어져 나왔고, 발밑의 콘크리트 슬래브는 비정상적인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진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을 스치는 대기의 잔류 흐름은 극도로 불안정했다. 3층에서 마주했던 변종 괴수들의 흔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간 자체가 썩어 들어가는 듯한 파열음이 귓전을 긁었다.

우우우우웅……!

발밑 깊은 심연에서 다시금 거대한 박동이 울렸다. 배전실 격벽 틈새에서 푸른 마나 분진과는 이질적인 칠흑 같은 2차 공간 균열이 흉측한 턱처럼 벌어지며 심층의 기괴한 파동을 뿜어냈다. 단순히 지반이 내려앉는 수준이 아니었다. 던전 핵의 공명이 가속화되면서 현실의 물리 법칙을 찢고 새로운 균열이 잉태되고 있었다.

"콜록! 콜록! 아빠…… 숨이 안 쉬어져요……!"

"은지야, 조금만 참아……! 누구 없습니까! 사람 살려주세요!"

두꺼운 내화 방화문 너머에서 어린아이의 애처로운 기침 소리와 절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어른의 비명이 도진의 확장된 감각망을 강타했다. 배전실 내부의 잔류 공기가 급격히 바닥나고 있었다.

그 순간, 지하 공동 전체를 쥐어짜는 듯한 날카로운 마나 파동이 굉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 배전실 입구에서 던전 핵의 공명과 함께 공간 균열이 뒤틀리며 생존자들의 산소 공급선이 끊어진다. 격벽 상단으로 이어지던 마지막 비상 공조 덕트가 뒤틀린 공간 왜곡에 짓눌려 납작하게 으스러졌고, 산소의 유입로는 단숨에 차단되고 말았다.

도진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남은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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